마케터 업무 종류, 옆자리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할까?

옆자리 마케터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면

마케팅팀에 입사하고 한 달쯤 지나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매일 키워드 입찰가 만지는데, 옆자리 사람은 하루 종일 Mixpanel 보면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저 사람이랑 나는 같은 팀인데, 대체 뭐가 다른 거지?”

마케터 업무의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거여..

10년 넘게 일하면서 SA, 퍼포먼스, 그로스, CRM 옆에서 다 일해봤어요. 처음엔 저도 몰랐는데, 결국 차이는 단 하나예요. 퍼널에서 어디를 보고 있느냐.

인지 → 유입 → 활성화 → 전환 → 리텐션 → 추천

이 한 줄이면 끝이에요. 근데 이걸 “아,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현장에서 또 헷갈려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보면서 느낀 각 포지션의 진짜 차이를 이야기해볼게요.

퍼널 앞단 3형제: 브랜드, 콘텐츠, 소셜

이 셋은 묶어서 이야기할게요. 공통점이 있거든요. 아직 우리를 모르는 사람한테 존재를 알리는 일이에요.

브랜드 마케터는 TV 광고, 캠페인 같은 큰 그림을 그려요. 콘텐츠/SEO 마케터는 블로그 글 써서 검색으로 사람을 끌어오고요. 소셜미디어 마케터는 인스타, 틱톡에서 팔로워를 모아요.

솔직히 말하면, 이 세 포지션은 스타트업에서 한 사람이 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콘텐츠 마케터 뽑습니다”라고 써놓고 면접 가보면 인스타도 해야 하고 블로그도 써야 하고, 가끔 브랜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야 해요.

이 쪽을 하고 싶다면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성과가 느려요. 글 하나 써서 검색 상위에 올라가려면 몇 달 걸리고, 브랜드 인지도가 올랐는지 증명하기도 어려워요. “이번 달 뭐 했어요?”란 질문에 숫자로 답하기 가장 힘든 포지션이에요. 대신 쌓이면 자산이 돼요. 광고비를 안 쓰고도 사람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거니까요.

SA 마케터: 키워드라는 전쟁터

SA 마케터 하루를 옆에서 봤더니 이래요.

아침 9시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어젯밤 입찰가 변동 확인이에요. 네이버 검색광고 관리 시스템 열어서 키워드별 CPC, CTR 체크하고요. 성과 안 나오는 키워드는 입찰가 내리거나 제외 처리하고, 잘 나가는 키워드는 입찰가 올려서 노출 순위 높이고. 오후엔 새 키워드 발굴하면서 광고 소재 텍스트를 만져요.

단순해 보이죠? 근데 네이버 SA만 해도 키워드가 수백~수천 개예요. 하나하나 입찰가 조정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마감 시간에 쫓기는 느낌은 없지만, 매일 반복되는 숫자 관리가 지루할 수 있어요. 대신 결과가 바로바로 보여요. 입찰가 올렸더니 클릭이 늘었다, 소재 바꿨더니 CTR이 올랐다. 이런 즉각적인 피드백이 좋은 사람한테 맞아요.

제가 한 가지 주의할 점을 알려주자면요. SA만 오래 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요. “키워드 장인”은 되는데, 그 키워드로 들어온 사람이 뭘 했는지는 안 보게 돼요. 어느 시점에서는 퍼포먼스 쪽으로 범위를 넓히는 게 커리어에 좋아요.

퍼포먼스 마케터: SA의 상위 호환?

주니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이거예요. “퍼포먼스 마케터 = SA 잘 하는 사람.” 아니에요.

SA 마케터가 네이버 검색광고라는 하나의 매체에 집중한다면, 퍼포먼스 마케터는 네이버 SA, 구글 Ads, 메타 광고, 카카오 모먼트 같은 여러 매체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전체 예산을 최적화하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 하루를 보면 아침에 GA4 열어서 어제 매체별 성과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네이버 SA는 ROAS 300%인데 메타는 150%밖에 안 나오네. 메타 예산 줄이고 네이버로 돌릴까?” 이런 판단을 매일 해요. 단순히 한 매체를 잘 운영하는 게 아니라,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결정하는 거예요.

SA 마케터랑 퍼포먼스 마케터가 같은 팀에 있으면 가끔 미묘한 긴장이 생겨요. SA 담당자는 “내 매체 예산 줄이지 마세요, 지금 잘 나가고 있어요”라고 하고, 퍼포먼스 마케터는 “전체로 보면 다른 매체가 더 효율적이에요”라고 하거든요. 이게 갈등이 아니라 원래 그런 거예요. 보는 범위가 다르니까요.

이 포지션은 숫자에 민감한 사람이 잘 맞아요. 엑셀 싫으면 힘들어요. 진짜로.

그로스 마케터: 여기서부터 세계가 달라진다

퍼널에서 여기가 경계선이에요.

[퍼포먼스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광고 → 클릭 → 랜딩 | 가입 → 행동 → 전환 → 재방문 ↑ 이 벽

퍼포먼스 마케터까지는 “밖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에요. 그로스 마케터부터는 “들어온 사람이 뭘 하는지” 보는 일이에요. 관점이 완전히 뒤집혀요.

그로스 마케터 옆에 앉아보면 하루 종일 Mixpanel이나 Amplitude를 보고 있어요. “온보딩 퍼널에서 3단계에서 35%가 이탈하네. 왜 빠지는 거지? 화면이 복잡한가? A/B 테스트 해보자.” 이런 사고를 계속 해요.

재밌는 건, 이 포지션이 마케터 중에서 PM(프로덕트 매니저)이랑 가장 많이 부딪혀요. 그로스 마케터가 “이 버튼 위치 바꾸면 전환율 올라갈 것 같아요”라고 하면, PM은 “그건 제품 로드맵에 없는데요”라고 해요. 이 경계가 회사마다 달라서, 어떤 곳에서는 그로스가 PM 역할까지 하고, 어떤 곳에서는 완전히 분리돼 있어요.

이 포지션은 호기심 많은 사람한테 맞아요. “왜 여기서 이탈하지?” “이거 바꾸면 어떻게 되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게 업무 자체거든요. 대신 광고비를 직접 운용하지 않으니까, 퍼포먼스에서 넘어오면 처음에 좀 답답할 수 있어요.

CRM 마케터: 조용하지만 돈을 제일 많이 만져

이 포지션은 존재감이 좀 없어요. 팀 밖에서 보면 “저 사람 뭐 하는 거지?” 싶거든요.

근데 숫자를 보면 얘기가 달라져요. 신규 고객 한 명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이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의 5배라는 말, 들어봤죠? CRM 마케터가 바로 그 기존 고객을 잡는 사람이에요.

하루가 어떻게 생겼냐면요. 아침에 Braze 같은 CRM 도구 열어서 어제 보낸 푸시 알림, 알림톡, 이메일의 오픈율이랑 클릭률 확인해요. “장바구니 이탈 유저한테 보낸 쿠폰 알림톡, 전환율 12% 나왔네. 괜찮은데?” 그 다음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어요. “30일 이상 안 들어온 유저 중에 과거 구매 이력이 있는 사람” 이런 식으로 쪼개서 각각 다른 메시지를 보내요.

이 포지션의 매력은 직관이 먹힌다는 거예요. “이 타이밍에 이 메시지를 보내면 반응할 것 같다”는 감이, 경험이 쌓이면 진짜 맞거든요.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람 심리에 관심 있는 사람한테 잘 맞아요.

PMM은 좀 특수해요

프로덕트 마케터(PMM)는 솔직히 스타트업에서 잘 안 보여요. 회사가 좀 커져야 별도 포지션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제품을 시장에 어떻게 포지셔닝할까”, “가격을 얼마로 잡을까” 같은 전략적인 일을 해요. PM이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니어 때 이 포지션을 바로 노리기보다는 그로스나 퍼포먼스 경험을 쌓고 넘어가는 게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나는 뭘 해야 해?

10년 동안 옆에서 보면서 느낀 걸 솔직하게 정리하면요.

스프레드시트 열면 눈이 반짝거리고, 숫자 바꿨을 때 결과가 바로 바뀌는 게 좋은 사람. SA나 퍼포먼스가 맞아요. 여기가 가장 취업 문턱도 낮고 수요도 많아요.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 사람, 실험 설계하고 결과 보는 게 재밌는 사람. 그로스 쪽을 봐요. 다만 주니어 때 바로 그로스 포지션 가기는 쉽지 않아요. 퍼포먼스 2-3년 하고 넘어가는 경로가 현실적이에요.

글쓰기 좋아하고, 사람 심리 읽는 걸 즐기는 사람. CRM이나 콘텐츠 쪽이에요. 화려하진 않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이 돼요.

중요한 건, 어디서 시작하든 퍼널 전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SA만 알면 SA밖에 못 해요. 근데 퍼널 전체가 보이면, 어떤 포지션으로 가든 맥락이 생겨요.

옆자리 사람이 뭘 하는지 궁금할 때, “저 사람은 퍼널 어디를 보고 있지?”만 생각하면 돼요. 그러면 왜 그 사람이 그 숫자를 보고, 그 도구를 쓰고, 그 회의에 들어가는지가 다 이해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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