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필수품? ‘그 암호’를 해독하는 크론탭 생성기 개발 썰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크론탭(Crontab)’이라는 까만 화면 앞에서 고뇌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새벽 3시에 특정 데이터를 백업해야 할 때,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리포트 이메일을 보내야 할 때, 우리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자동화 도구죠.
하지만 이 친구, 친해지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 * * * *
이게 대체 무슨 암호일까요? 별 다섯 개? 맛집 평점?
바로 ‘매분마다’ 실행하라는 뜻의 크론 표현식입니다. 저 다섯 개의 별이 각각 분, 시, 일, 월, 요일을 의미한다는 걸 모른다면 해독 불가능한 암호문이나 다름없죠. 저도 그랬습니다. 매번 크론 작업을 등록할 때마다 구글을 열고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크론 표현식”을 검색하기 바빴죠. 복사해서 붙여넣고도 ‘이게 맞나?’ 하는 찜찜함에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 그냥 내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거 하나 만들자!”
모든 개발의 시작은 ‘귀찮음’과 ‘답답함’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요? 저의 크론 표현식 생성기 개발 여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가기 링크 : https://oneweekoneproduct.com/cron-generator
첫 삽부터 만난 장벽: “컴퓨터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처음엔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분, 시, 일, 월, 요일 입력 필드 몇 개 만들고, 그 값들을 스페이스로 쭉 이어 붙이면 끝! 하고 말이죠.
// 초기 계획: 너무 순진했다...
cronExpression = `${minute} ${hour} ${dayOfMonth} ${month} ${dayOfWeek}`;
하지만 곧장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0 9 * * 1
이라고 만들었는데, 그래서 이게 정확히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정각에” 실행된다는 뜻인지 한눈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또다시 머릿속으로 해석을 해야 하는 불편함은 그대로였죠.
“결과물만 보여주지 말고, 이게 무슨 뜻인지 설명까지 해주자!”
이때부터 ‘해석기(Description Generator)’ 기능 개발이라는 예상 밖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 해석기 로직의 일부
const generateDescription = () => {
try {
// ... 수많은 분기문과 조건들 ...
if (min === '0' && hr === '9' && dow === '1-5') {
desc.push('평일 오전 9시');
}
// ...
description = desc.join(' ') + ' 실행';
} catch (error) {
description = '크론 표현식을 해석할 수 없습니다.';
}
};```
이 `generateDescription` 함수는 이번 프로젝트의 숨은 주인공입니다. 단순히 문자열을 나누고 합치는 것을 넘어, `*/5`(5분마다), `1-5`(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18`(9시와 18시) 같은 특수문자들의 의미를 파악해서 자연스러운 한글 문장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수많은 `if`와 `else if`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어찌 보면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로직을 쌓아 올렸습니다. 이 기능을 만들면서 크론 표현식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공부하게 된 건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 미래를 보는 능력? '다음 실행 시간' 예측의 어려움
자, 이제 암호 해독에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의 불안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죠.
"그래서... 다음 실행이 정확히 몇 시 몇 분이지?"
주기적으로 실행되는 작업의 가장 큰 공포는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실행되거나 '내가 원할 때' 실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실행 예정 시각을 미리 보여주는 '예언' 기능이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당장 1분 뒤가 다음 실행 시간일 수도 있지만, '매년 1월 1일 자정'에 실행되는 작업이라면 다음 실행은 몇 달 뒤일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대, 윤년, 월마다 다른 마지막 날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습니다.
```javascript
// 사실 이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에요!
const calculateNextRuns = () => {
try {
// ...
// In production, you'd use a proper cron parser library
// ...
} catch (error) {
nextRuns = ['다음 실행 시간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
};
솔직히 고백하자면, 코드에 적어둔 주석처럼 완벽한 예측 로직을 처음부터 모두 구현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사용자가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예시를 보여주는 수준으로 타협했습니다. 이 부분은 cron-parser
같은 전문 라이브러리의 도움을 받아 개선해나갈 숙제로 남겨두었죠. 모든 걸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보다, 핵심 기능을 빠르게 완성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토이 프로젝트를 지치지 않고 끌고 가는 비결이니까요.
왜 ‘복사하기’ 버튼에 집착했을까?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공들여 만든 결과물을 어딘가에 붙여넣기 위해 마우스로 조심스럽게 드래그하는 순간. 혹시라도 맨 앞이나 뒤에 공백이 같이 선택될까, 특수문자 하나라도 빠뜨릴까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제가 만든 크론 표현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0 9 * * 1-5
라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었는데, 이걸 서버 설정 파일에 옮겨 적다가 0 9 * * 1 - 5
라고 띄어쓰기 하나만 잘못 넣어도 스크립트는 전혀 다른 의미로 동작하거나 아예 실행되지 않습니다.
‘복사하기(Copy Expression)’ 버튼은 이런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사용자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const copyExpression = () => {
navigator.clipboard.writeText(cronExpression);
// 여기에 '복사 완료!' 같은 피드백을 추가하면 금상첨화!
};
클릭 한 번으로 완벽한 표현식을 클립보드에 담아주는 것. 이 작은 기능 하나가 사용자의 시간을 아껴주고, 잠재적인 오류를 막아줍니다. 좋은 도구는 강력한 기능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작업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동료에게 크론 표현식을 공유해줄 때도, 슬랙이나 메신저로 텍스트를 긁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있어 보이는’ 건 덤이고요.
개발을 마치며
단순한 불편함에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크론 표현식을 해석하고, 다음 실행을 예측하고,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공유 기능까지 만들면서 저 스스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Svelte 5의 새로운 반응성 API인 ‘룬(Runes)’을 사용해 $state
와 $effect
로 간결하게 코드를 작성하는 경험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크론탭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지 않습니다. 제가 만든 이 생성기를 열고, 몇 번 클릭하고,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되니까요.
혹시 여러분도 반복되는 불편함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직접 ‘나만의 도구’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과정 속에서 분명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성장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